카셰어링 뛰어든 현대차, 서비스 완성도는 '글쎄'

2017.10.10 14:38:41   박진우 기자

현대자동차가 유럽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전기차)를 활용한 카셰어링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에 앞서 우리나라에서도 '딜카'라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 현대차 또한 최근 자동차 산업 흐름 중 하나인 카셰어링 사업에 본격 뛰어든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서비스 질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른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카셰어링은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두되고 있다. '만들어 판매한다'는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 개념에서 벗어나 '이동수단은 물론 관련 서비스도 제공한다'로 산업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 이는 자동차 신차 판매 성장이 예전과 다르게 더디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가 소유보다 이용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이 선보인 카셰어링 서비스 ‘딜카’. / 현대차그룹 홈페이지 갈무리

이미 자동차 회사도 발빠르게 대응하는 중이다. 다수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가 카셰어링 서비스를 런칭하거나 기존 스타트업을 인수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10년 전에 메르세데스-벤츠가 카투고(Car2Go)라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만들었고, BMW의 드라이브나우(DriveNow), 아우디의 아우디앳홈(Audi at Home), GM의 메이븐(Maven) 등이 유명하다. 또 도요타는 우버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폴크스바겐과 GM은 각각 겟(Gett)과, 리프트(Lyft) 등 카셰어링 업체에 투자를 감행했다.

좀처럼 산업 흐름에 편승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던 현대차도 카셰어링 서비스에 시동을 걸었다. 국내에서는 그룹 금융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이 '딜카'라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베타 형식으로 시작했다. 이어 10월부터 유럽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전기차 전용 카셰어링 서비스에 돌입했다.

'딜카'라는 브랜드를 설정한 국내와 달리 유럽에서 현대차는 카셰어링 브랜드를 따로 만들지 않고, '아이오닉 카셰어링'이라는 다소 밋밋한 이름이 붙었다. 시범사업 성격이 강하고, 시장조사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일렉트릭 100대를 암스테르담 일대에 투입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아이오닉 카셰어링' 홈페이지(http://www.IONIQcarsharing.nl)에 접속해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된다. 이는 '딜카'와 유사한 과정이다. 전용 앱은 디지털 암호키를 통해 실제 자동차 키가 없어도 차의 문을 열고 잠글 수 있으며, 최소 1분에서 최장 7일까지 자동차 대여가 가능하다. 암스테르담를 비롯한 네덜란드 전역에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충전할 수 있는 충전소가 2200여개 설치돼 있으며, 현대차는 이동식 충전 서비스를 지원한다. 대여와 반납은 시내 곳곳에 설치된 반납소를 통해 이뤄진다.

한국에서 실시하는 카셰어링 '딜카'는 '딜리버리 카셰어링'의 약자로, 배달이라는 개념을 카셰어링에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또 지역 중소 렌터카 업체와의 협업으로 차를 공급받는다. 대여 및 반납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중소 렌터카 업체의 가용 자원을 활용하는 수익 구조여서 상생모델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기존 소형차 중심의 카셰어링 서비스와 달리 중형 및 대형, 승합차까지 아우르며, '딜카맨'이라는 탁송기사를 차를 배달한다. 이를 통해 관리와 명의도용 문제를 차단했다.

다만 단점도 적지 않다. 내수 판매진작을 위해 렌터카 업체의 서비스 참여를 종용하고 있다는 비판은 차치하고, 딜리버리(배송) 서비스 특성상 이용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다. 실제 현대·기아차 준중형차 기준 딜카의 1시간 이용요금은 2만6000원 가량(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음)으로, 유사 차종의 기존 카셰어링 업체 이용 요금 5200원(회사·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음)보다 4배 정도 비싸다.

기존 카셰어링의 경우 거점까지 찾아가야 한다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이른바 '착한가격'을 무기를 내세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카셰어링의 주요 이용자는 비교적 젊은 20~30대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들이 카셰어링을 찾는 이유는 차를 구입할 경제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딜카는 가격 경쟁력에 대한 약점을 노출하고 있는 셈이다.

또 유럽 아이오닉 일렉트릭 카셰어링의 경우 최소 1분 단위로 이용할 수 있지만, 딜카는 무조건 1시간이 기본이다. 이용시간을 자유롭게 정한다는 카셰어링의 본래 취지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 현재 국내 기존 카셰어링 업체는 30분 단위 대여가 가능하다.

이렇게 이용시간에 제한을 두는 이유는 참여 중소 렌터카의 수익을 일정 부분 보장하고, 관리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다. 배송을 필수로 내걸은 딜카는 이용시간이 자유로우면 그만큼 관리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때에 따라선 배(대여수익)보다 배꼽(관리비용)이 더 커지는 상황도 불가피하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용자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딜카에 카셰어링이라는 이름을 붙인 건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딜카는 '카셰어링의 배반'이라는 슬로건으로 기존 업체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딜카야말로 전용 서비스가 아닌 지역 렌터카 회사의 차를 이용자에게 중개하는 것에 불과해서다. 일각에서는 기존 카셰어링 업체 인수를 통해 고유 서비스를 유지하고, 나아가 글로벌 서비스로 확대하는 것이 낫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카셰어링 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카셰어링에 뛰어든 이유는 세계 자동차 산업의 흐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단순히 자동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에만 자동차 회사의 역할이 머물러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며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이 선보인 딜카 서비스는 취지는 좋지만 여러 군데에서 약점이 노출되고 있다. 물론 정식이 아닌 베타 서비스라는 점에서 개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놓고 봤을 때는 생색내기 성격이 강해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