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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균의 과학다반사] 시계가 '시계 방향'으로 도는 게 당연하다구요?

입력 : 2017.09.02 12:02:18


노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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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茶飯事)란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을 뜻합니다. 일상에서 늘 있는 일들 말이지요. 과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아무리 사소한 현상도 저마다의 과학적 원리가 깃들어 있기 마련입니다. 과학이라고 하면 어렵고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시콜콜 따져보면 소소하지만 흥미롭게 생활의 지혜가 되는 과학 원리가 일상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과학다반사'는 생활 속 과학 이야기를 알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가는 코너입니다. / 편집자주

볼리비아 행정수도 라파즈 의회 건물에는 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계, 자세히 보면 좀 이상합니다. 현재 시각을 알려주는 바늘이 우리가 평소 아는 시계 방향이 아닌 반대로 움직입니다. 마치 영화에서 시간을 거꾸로 돌릴 때처럼 말이지요. 숫자도 가운데 맨 위 12시에서 오른쪽에 1시가 있어야 할 곳에 11시가 있고, 반대로 11시가 있어야 할 곳에 1시가 있습니다. 이 시계를 거울에 비춰보면 비로소 우리가 아는 시계와 비슷한 모양이 됩니다. 볼리비아는 왜 이런 시계를 만든 걸까요.

▲볼리비아 라파즈 의회 건물 시계의 모습. / NPR 제공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살펴보기 전에 우리가 알고 있는 '시계 방향'이란 게 어떻게 정의된 것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해가 동쪽에서 떠서 남쪽 하늘을 지나 서쪽으로 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그리고 학습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입니다. 왜냐하면 이 태양의 움직임은 적도를 기준으로 지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북반구에서만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지구의 나머지 절반인 남반구에서도 해가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지만, 이 과정에서 해는 남쪽이 아닌 북쪽 하늘을 가로지릅니다. 북반구에서는 남향 집이 햇볕이 잘 들지만, 남반구에서는 북향 집을 선호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지금과 같이 기계로 동작하는 시계가 없었던 시절, 현재 시각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해시계였습니다. 북반구에서 해시계의 그림자는 아침에는 서쪽을 가리키고 오후에는 북쪽을, 저녁에는 동쪽을 가리킵니다. 그림자는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우리가 아는 시계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반면, 남반구에서 해시계의 그림자는 북반구와는 반대로 아침에는 서쪽, 오후에는 남쪽, 저녁에는 동쪽을 가리킵니다. 북반구의 시계 방향이 남반구에서는 반시계 방향인 셈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시계 방향이 북반구 기준으로 정해진 것은 바다가 대부분인 남반구에 비해 대륙이 발달한 북반구에 인구가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천문학을 발전시킨 고대 문명이 대부분 북반구에 위치해 있어 북반구 중심의 사고가 상식처럼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만약 남반구에서 태동한 문명이 천문학을 주도적으로 발전시켰다면 우리가 아는 시계는 볼리비아 라파즈의 시계 모습을 하게 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볼리비아는 남반구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거꾸로 된 시계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북반구가 만든 세계질서가 아닌, 남반구에서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들겠다는 정치적인 함의도 담겨있다고 하는데, 의미는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요. 어쨌든 볼리비아 국민도 거꾸로 된 시계를 보는 게 익숙치 않음은 마찬가지일 겁니다. 과학적 사고는 규칙성과 보편성을 강조하지만, 이처럼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 역시 인류 지성의 몫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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