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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환경부는 전기차 보조금에 왜 주행거리를 따지나요?

입력 : 2017.09.20 11:01:03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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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2018년 전기차 보조금을 '주행거리'에 따라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기술 발전에 중점을 두겠다고 하지만 전기차 보급 목적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환경부의 친환경차 정책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기차 보급의 궁극적인 목적은 '배출가스 저감'에 있다. 지구 환경과 인류 건강에 치명적인 자동차 배출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전기차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전제조건이다. 어쨌든 전기로 차가 굴러가는 동안은 배출가스가 발생하지 않아 내연기관보다는 친환경적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대중화가 어렵다. 비싸기 때문이다. 전기차 가격의 상당 비중은 배터리가 차지하는데, 배터리 가격이 예상보다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배터리 가격을 내리면 배터리 업체의 수익 저하가 불가피하다. 전기차 대중화로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기 전에는 가격이 떨어질 수 없다. 이를 위해 배터리 업체는 1회 충전으로 더 먼거리를 달릴 수 있는 성능 확보에 주력해 왔다. 성능 좋은 배터리를 개발했으니, 가격을 내릴 필요가 없다.

비싼 전기차는 소비자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첫번째 원인이다. 금방이라도 전기차 시대가 열릴 것 같았지만 실제 지난해 전세계 전기차 비중은 전체 자동차의 1%에 불과했다. 물론 이 숫자는 향후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의 전기차는 여전히 '비주류'다.

전기자동차는 가격 경쟁력 면에서 소비자가 어떤 이득도 볼 수 없어 보조금을 통해 인위적으로 구매 욕구를 자극해야 한다. 때문에 전세계 모든 나라가 보조금 정책을 통해 전기차를 보급하려고 한다. 자동차 제조사가 정부 보조금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런데 보조금은 무한하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 한 대가 거둬들이는 세금이 적지 않다. 내연기관차가 한 대 판매되면 폐차될 때까지 세금이 들어오지만 전기차는 오히려 보조금 명목으로 세금을 지원해줘야 하고, 연료로 사용되는 전기도 석유에 비해 세금 비중이 적어 정부가 손해다. 취등록세는 현재 기준으로 내지 않는다. 정부 입장에서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을 것이고, 국회 예결위도 같은 생각이다.

우리 정부가 예산을 줄여가면서 전기차 보급을 막겠다는 건 아니다. 2018년도 예산은 오히려 2017년 2643억원 대비 33% 늘어난 3523억원이다. 보조금 지원 대상은 2017년 6000대에서 2만대까지 넓힐 예정이다.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셈이다. 다만 전기차 한 대에 돌아가는 보조금이 줄어든다. 2017년까지 전기차는 14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200만원이 줄어 1200만원이 될 예정이다.

그런데 환경부는 여기에 400만원의 차등을 둔다고 전했다. 얼마나 더 많이 달릴 수 있는가를 따져 가장 등급이 높으면 1200만원을 다 주고, 주행거리가 짧은 전기차는 800만원만 준다는 것. 예를 들어 1회 충전으로 383㎞를 움직이는 쉐보레 볼트 EV는 1200만원, 132㎞인 닛산 리프(1세대)는 800만원이다. 환경부는 "일반 승용차를 전기차로 바꾸기 위해선 차종별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행거리 증대로 대표되는 전기차 기술 경쟁 분위기를 보조금 차등 지급으로 조성하겠다는 게 환경부 의도다.

그러나 보조금 차등 정책은 전기차 보급 목적에 맞지 않는다. 주행거리가 길든 짧든 전기차는 주행 중에 배출가스를 내지 않아서다. 한번 충전으로 300㎞를 가는 전기차와 두번 충전으로 300㎞를 달리는 전기차의 배출가스 총량은 '0'으로 같다. 세번 충전으로 300㎞를 움직이는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주행거리에 관계 없이 전기차 한 대가 내연기관차 한 대를 대체하면 배출가스는 환경부 목표대로 줄어드는데, 굳이 보조금을 차등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환경부의 보조금 차등 지급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기막힌 헛발질이다. 보조금을 최대한 받기 위해 사고 싶지 않은 전기차를 선택해야 하도록 강요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전기차는 사용 목적에 따라 주행거리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정 지역에서만 운행하는, 예를 들면 동네 치킨집의 배달차 같은 전기차에는 굳이 장거리용 배터리가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 보조금 차별을 피하기 위해 모든 전기차가 크고 비싼 장거리용 배터리를 장착해야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 전기차 업계는 "환경부가 전기차 보급의 목적인 배출가스 저감만 달성하면 될 것을 왜 산업통상자원부가 관할해야 할 기술력 향상에 신경쓰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결국 전기차에게 있어 충전 횟수의 차이는 곧 제품 경쟁력이며, 굳이 환경부가 나서서 기술 개발을 촉진하지 않아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전기차는 소비자가 찾지 않는다. 또 목적에 따라 근거리용 전기차를 선택해야 하는 사람에게도 보조금 차별은 없어야 한다. 시장 도태도 사용 목적도 모두 시장이 결정할 일이다. 환경부는 전기차 보급의 진정한 목적을 다시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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