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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문용의 소비주권] 유료방송 시청권의 주인은 누구인가?

입력 : 2017.10.12 18:32:30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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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 채널을 넘기다 보면 한 채널 건너 하나씩 쇼핑 방송이 나온다. 유료방송 시청자라면 무심코 채널을 넘기다 "지금 이 할인조건을 놓치면 손해이므로 수량 확보 먼저 해놓으라"는 쇼호스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멈칫해 화면을 쳐다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2015년 제7 홈쇼핑인 공영홈쇼핑이 개국했고 2016년 3월에는 T커머스 채널 10개가 재승인을 받았다. 유료방송에는 홈쇼핑 채널 7개, T커머스 채널 10개 등 총 17개의 상품판매 채널이 있다. 홈쇼핑 채널, T커머스 채널 모두 재핑 효과(채널을 돌리는 과정에서 시청률이 올라가는 효과)를 통한 판매를 주요 판매 전략으로 택하고 있기 때문에 상품판매 채널은 50번대 이하 이른바 '황금 채널' 권역에 두루 포진해 있다.

녹소연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이 IPTV 채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상품판매 채널이 가장 많이 포함된 KT 올레TV의 경우 채널 50번 안에 17개의 쇼핑 채널이 있다. SK브로드밴드는 15개, LG유플러스는 14개의 쇼핑 채널을 배정했다. 시청권 침해 아니냐는 비판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2015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T커머스 채널 재승인 시 ▲핀테크,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양방향 서비스 구현 ▲TV 홈쇼핑 방송 상품 중복편성 비율 제한을 통한 신규 중소기업 유통판로 확대 ▲중소 납품업체 판매수수료 인하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기존 홈쇼핑 채널과 T커머스 채널을 구별하기 어렵다. 기존 홈쇼핑 업체가 T커머스 채널을 중복 운영하며 동일 상품을 중복 판매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

차별화 없는 상품판매 채널 난립은 시청자 불만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상품판매 채널을 특정 번호 권역에 몰아서 배치하는 '연번제'를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유료방송사업자가 높은 송출수수료를 지불하는 상품판매 채널을 황금 권역대에 배치하는 것은 시청자 불편뿐 아니라 중소방송 채널의 시청률 경쟁을 어렵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탓이다. 결과적으로 유료방송 시장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유료방송이 상품판매 채널의 송출수수료 매출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점과 유료방송 사업자가 채널 편성 권한을 재산권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 등은 연번제 도입 논의 자체가 진척되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

연번제와 같이 산업 전체를 흔들지 않고도, 시청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방법은 없을까? 이 질문의 답은 시청권을 시청자에게 돌려주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채널 편성권 즉 채널 번호 배치 권한은 유료방송사업자의 고유권한으로 남겨두되, 그 채널을 볼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을 시청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시청자가 원하면 해당 채널을 전체 채널 리스트에서 삭제하는 식이다.

높은 송출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 상품판매 채널 입장에서는 불만이 클 수 있지만, 17개 사업자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재핑효과에 의존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한계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차라리 콘텐츠와 상품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쪽이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유리할 수 있다.

우리나라 홈쇼핑 및 T커머스 업체가 쇼퍼테인먼트(쇼핑(shopping)과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합성한 신조어)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2016년 기준 홈쇼핑 7개사 매출은 17조6000억원에 달하고, T커머스 업체는 약 1조원의 매출을 발생시켰다. 상품판매 채널에 대한 피로감과 불편을 제기하는 시청자도 있지만, 오히려 충성도 높은 시청자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이야 말로 유료방송사업자가 편성한 채널 중 시청자가 보고 싶은 채널만 취사 선택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의무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시청권을 진짜 주인에게 돌려줘야 할 때라고 본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 정책국장은 충북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7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18~19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실 비서관으로 활동하였으며, 2016년 6월부터 소비자의 권리 보호와 환경을 고려한 소비생활 실천을 추진하는 시민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에서 ICT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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