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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동의 특허토커] 팻스냅 거들떠보기

입력 : 2017.12.07 13:55:23


유경동 윕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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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지식재산)분야의 애플, 특허시장의 구글, 샤오미가 투자한 회사, 설립 10년만에 글로벌 특허정보서비스 시장을 평정중인 '팻스냅(PatSnap)' 얘기다.

◆ CEO를 보면, 기업이 보인다

본사를 런던에 둬 영국기업으로 불리지만 사실 이 회사 DNA는 중국에 더 가깝다. 팻스냅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티옹은 말레이시아 국적 화교 3세다. 휴양지로 유명한 코타키나발루에서 고등학교 때까지 자란 티옹은 싱가포르국립대(NUS)로 유학해 바이오엔지니어링과 기술경영을 전공한다. 이후 티옹은 3학년 때인 2005년 NUS의 해외연수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필라델피아대 와튼스쿨로 떠나 인근 의료기기업체 바이오커넥트시스템에서 인턴 근무하며 '특허'와 첫 인연을 맺는다.

▲제프리 티옹 팻스냅 CEO. 1983년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아버지 앤서니 티옹과 어머니 패트리샤 티옹 사이 1남2녀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말레이 이민 1세대인 할아버지의 고향은 중국 광동성. 2008년 결혼, 현재 21개월된 딸 하나를 두고 있다. / 더 피크 제공

어눌한 싱글리쉬(싱가포르 등 동남아 특유의 영어 표현과 발음)에 내성적인 막내 인턴이었던 그에게 주어진 일은 누구도 맡기 싫어하던 특허업무였다. 하루 종일 재미없는 특허명세서와 씨름하며 자사와 경쟁사의 특허를 뜯어봤다. 유효 특허는 어떤 것이고 침해사례는 없는지도 살폈다. 티옹은 2017년초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너무나 지루하고 짜증나는 일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IP 문외한인 그에게 각종 기술용어와 법률적 표현으로 범벅이된 특허문헌은 외계어였다. 티옹은 그때 생각했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특허검색·분석툴은 왜 없지?' '어려운 용어나 숫자가 아닌 그림이나 도표로 재밌게 그려진 분석 보고서를 만들 수는 없나?'

티옹은 1년뒤 모교로 돌아와 명세서부터 다시 고쳐썼다. 일반인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찾았다. 각국 특허청서 받아온 데이터베이스(DB)는 모으고 쪼개기를 반복해 도표와 그래프로 직관화시켰다. 이같은 사전정지작업 끝에 티옹은 NUS를 졸업하던 해인 2007년 7월 팻스냅을 정식 설립했다.

◆ 뻔한 특허, Fun한 팻스냅

싱가포르 정부의 창업 지원금 단돈 5만5000달러(6000만원)으로 팻스냅을 겨우 차렸다. 20곳쯤의 정부기관과 투자사 문을 두드린 결과다. 하지만 이듬해 불어닥친 세계금융위기로 싱가포르에 더 이상 머물 수 없던 팻스냅은 2009년 중국 쑤저우에 사무실을 열고 본격적인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다.

당시 CEO를 비롯한 개발자, 마케터 등은 모두 대학을 갓 졸업한 초년병이었다. 고루한 특허 데이터와 문헌에 '재미'를 덧칠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첫 제품 개발이 막바지에 치달았을 때 회사 잔고는 바닥났다. 그쯤 스냅테크로부터 70만싱가포르달러(5억6700만원)가 들어왔다.

기적은 계속됐다. 액셀-X와 NUS엔터프라이즈로부터도 90만달러(9억8400만원)를 투자받았다. 특유의 재미와 위트로 양념된 팻스냅의 포트폴리오는 특허 무식자 VC 투자역의 마음을 훔쳤다. 이 돈으로 제품 개발을 무사히 마친 팻스냅의 첫 고객은 싱가포르 국영연구기관인 A*스타와 모교 NUS였다.

▲티옹 CEO(오른쪽)와 마쿠스 핸제 최고기술책임자(CTO). 독일 출신 핸제 CTO는 한국 KAIST에서 머신러닝을 전공했다. / 스트레이츠 타임스 제공


◆ 특허 아닌, '글로벌 R&D' 시장에 주목

단 두 곳이던 고객사는 7년만에 40개국 3000개사로 늘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해 GE, 레고, 보다폰, 페라리, 지멘스, 샤오미, 차이나모바일 등이 팻스냅의 주요 고객사다.

고객사를 통해 연간 600만건의 특허 조사·분석 업무를 처리한다. 10년전 7명으로 출발한 팻스냅은 2017년 초 직원수가 450명에 불과했지만 11월말 800명을 넘어섰다. 2014년 이후 3년간 매출은 1078% 증가했다.

▲최근 출시된 ‘팻스냅 케미컬’ 구동 화면. 화학구조식 검색엔진을 자체 개발해 특허DB 시스템에 신규 장착했다. / 팻스냅 제공

팻스냅은 런던 본사와 함께 연구개발(R&D) 센터가 있는 싱가포르을 비롯, 중국 쑤저우와 상하이, 베이징 등에 지역사무소를 두고 있다. 현재 중국 광저우와 선전, 미국 캘리포니아, 호주 등에서 지사 설립을 추진중이다.

싱가포르 R&D팀에서는 새로운 인공지능(AI) 기술개발이 한창 진행된다. 자체 기계번역 솔루션을 자체 개발해 모든 종류의 특허문헌을 각국의 모국어로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실탄도 마련됐다. 팻스냅은 최근 샤오미의 레이준이 설립한 슌웨이와 세콰이아, 서밋 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이 돈으로 글로벌 특허조사분석업체 그레이비도 전격 인수했다. 2017년 팻스냅 케미칼과 팻스냅 플레이북 등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두둑한 주머니 사정 덕이다.

▲최근 헹스위킷 싱가포르 재무부 장관(왼쪽 다섯 번째)과 코포쿤 산업부 장관(왼쪽 여섯 번째)이 중국 쑤저우 팻스냅 사무실에 방문해 구안 디안 팻스냅 부사장(왼쪽 네 번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내성적 성격으로 알려진 티옹 CEO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 팻스냅 제공

티옹은 특허가 R&D와 혁신의 한 축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팻스냅이 학술지와 논문, 정부지원자금정보, 테크·M&A 뉴스 등으로 분석 대상 데이터의 외연을 넓히는 이유다.

티옹은 "예컨대, 팻스냅 검색창에 '텔레헬스'만 쳐도 구글이 덴마크 소재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눈독 들이고 있다는 고급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경제지 '이차이'와 인터뷰에서 티옹은 "올해 전세계 R&D 투자액은 2조달러(2187조원)가 넘지만, 투자수익율(ROI)은 매년 감소세를 보여 지난 40년간 65%나 줄었다. 여기서 시장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티옹은 연간 20억달러(2조1870억원) 수준의 특허정보서비스 시장이 성에 안차는 눈치다. '테크놀로지 로드맵' 제시를 통해 고객사의 R&D 전반에 혁신적 개선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티옹은 싱가포르과 뉴욕증시에 팻스냅을 동시상장시키겠다는 새해 포부도 드러냈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경동 위원은 전자신문 기자와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의 편집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국내 최대 특허정보서비스 업체인 ㈜윕스에서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특허청 특허행정 모니터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와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ICT시사상식 2015' 등이 있습니다. '특허시장의 마법사들'(가제) 출간도 준비중입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활동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올해 3월에는 세계적인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이 선정한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 2017)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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